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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분투 그리고 아쉬움. 김연경의 2018 태극마크 스토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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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5 (목) 11:02

                           

월드스타 김연경이 지난 10월11일 새 소속팀 엑자시바시에 합류하기 위해 터키로 떠났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한국에 돌아온 지가 엊그제 같았던 김연경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우리 곁을 떠났다. 2018년은 김연경에게도, 한국 여자배구에게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더스파이크>는 김연경이 한국으로 돌아온 4월 4일부터 터키로 떠난 10월 11일까지 그가 걸은 길을 돌아보았다.

 

기대, 분투 그리고 아쉬움. 김연경의 2018 태극마크 스토리

 

2018.04.04. 배구여제 김연경 한국으로 돌아오다

2017~2018시즌을 중국 상하이에 보낸 김연경은 라이벌 톈진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종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 4패로 우승 트로피를 놓치고 말았다. 김연경은 4월 3일 마지막 경기를 치른 후 바로 다음날인 4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4월 8일 화성에서 열리는 2018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이하 한·태 슈퍼매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공항에서 만난 김연경은 “많은 팬들이 기대해주셨는데 좋은 결과를 갖고 돌아오지 못해 아쉽다”라면서도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이 어떤 시스템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기대, 분투 그리고 아쉬움. 김연경의 2018 태극마크 스토리

김연경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바쁜 나날을 보냈다. 4월 7일에는 한·태 슈퍼매치 팬사인회를, 8일에는 한·태 슈퍼매치를 치렀다. 김연경이 함께한 한·태 슈퍼매치는 4,602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여자배구의 뜨거운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연경은 이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국 팬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누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확실한 흥행카드인 김연경을 중국이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김연경은 한·태 슈퍼매치가 끝나자마자 중국으로 넘어가 14일 열리는 중국리그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2017~2018시즌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모두 종료된 후, 김연경은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4월 22일,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해 최초로 도입된 전임감독제 아래 김연경을 포함한 18명이 진천선수촌에 입성했다. 진천선수촌에 모인 선수들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시작으로 하는 국제대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손발을 맞춰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김연경은 “피로가 다 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쉴 수 있어 좋았다. 그렇지만 몸 상태는 좋다. 바로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큰 문제는 없다”라며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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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5주간 치러진 VNL 대장정

5월 13일,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VNL 첫 격전지인 중국 닝보로 향했다. 한국은 닝보에서 벨기에, 도미니카 공화국, 중국과 만나 2승 1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인 벨기에전에서 패배하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뒤이어 열린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대표팀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을 꺾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비록 주전급 선수 일부가 빠진 중국이었지만, 신장의 열세와 홈팀 텃세를 극복하고 얻은 승리에 그 기쁨은 배가 되었다.

호성적을 안고 수원에서 열리는 VNL 2주차 경기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한국. 귀국현장에서부터 그 열기가 대단했다. 여자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VNL 경기가 열린 사흘 동안 총 12,059명(1일 평균 4,020명)의 관중이 수원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김연경은 홈팬들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펄펄 날았다. 수원시리즈 첫 경기였던 독일전에서는 서브 5득점, 블로킹 3득점 포함 29득점을 올렸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1세트 때 경기가 너무 안 풀려서 관중석을 쭉 봤다.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와주신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실망스러운 경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우리 팀이 힘든 상황에서도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은 러시아까지 꺾으면서 VNL 4연승으로 선전했다. 한국은 수원시리즈 마지막 상대인 이탈리아에 무릎을 꿇었지만 유럽 강호들을 꺾은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수원시리즈를 마치며 “평일인데도 많은 분이 와주셨다. 그만큼 배구 인기가 많이 올라간 거로 생각하고, 이럴 때일수록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국제대회가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김연경과 김수지, 양효진은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에서 진행되는 VNL 3, 5주차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뒤이어 열리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2024년까지 VNL 참가가 보장되는 핵심국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베테랑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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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8.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6월 14일, 한 달 동안 진행된 VNL 예선라운드가 모두 끝난 후, 여자대표팀은 한국으로 돌아와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7월 8일, 진천선수촌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8월 18일 인도네이사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대표선수들이 다시 모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목표로 폭염보다 더 뜨거운 담금질을 시작했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김연경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일본과 중국도 정예 멤버로 나선다고 들었다”라며 “이번 대회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4년 전 일본과 중국은 아시안게임보다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했기 때문에 1.5군급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자카르타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김연경의 팔에는 곳곳에 멍이 들어있었다. 출국하는 당일 오전에도 진천선수촌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왔을 만큼 아시안게임 2연패에 대한 선수들의 열의가 넘쳤다.

김연경은 “이번이 벌써 4번째 나가는 아시안게임인데 항상 새로운 느낌이다”라며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아시안게임이기 때문에 좋은 마무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는 선수촌과 체육관을 비롯한 환경이 부실하다는 점이 수차례 지적됐다. 결국 대회 개막까지도 곳곳에서 잡음과 불편이 새어나왔다. 김연경도 미리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타국 선수들로부터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전해 들었다. 그는 “최대한 체력관리를 잘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챙겼다”라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빠르게 적응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대회를 치르고 싶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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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자카르타에서 맛본 쓰디쓴 패배

한국은 아시안게임 조별예선에서 인도와 카자흐스탄을 연달아 제압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문제는 예선 세 번째 중국과 경기였다. 베스트 멤버를 투입했음에도 결과는 0-3 완패. 한국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김연경은 중국전에서 15득점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지만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내 플레이에 만족할 수 없다. 중요한 순간 점수를 내는 게 내 역할인데 그러지 못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결승에서 다시 만나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은 이후 치른 베트남과 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며 조 2위를 확정해 무난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홈팀 인도네시아를 꺾고 4강에 오른 한국은 8월 마지막 날 ‘복병’ 태국에 발목이 잡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중국과 설욕전은 치르지도 못했다. 태국은 장점인 수비와 다양한 패턴 플레이로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고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난 한국은 일본을 꺾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기대, 분투 그리고 아쉬움. 김연경의 2018 태극마크 스토리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귀국길에 오른 한국은 3일 오전 12시 한국에 돌아왔다. 배구 팬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여자대표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팬들 앞에 선 김연경은 “원하는 메달 색깔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절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 했다. 잘 마무리하고 온 것 같아 다행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출국 전 걱정했던 대로 자카르타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김연경은 “선수촌도 3인 1실에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음식도 메뉴가 거의 비슷해 나중에는 한식당을 찾아가기도 했다. 2주 정도 있었는데 체감 상 한 시즌을 치르고 온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아직 국제대회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첫걸음, 2018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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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세계선수권 부진, 고개 숙인 김연경

지친 몸을 이끌고 세계선수권 준비에 나선 여자대표팀. VNL부터 아시안게임까지 강행군을 소화한 대표팀은 엔트리에 일부 변화를 주었다. 강소휘, 황민경, 이다영, 임명옥이 빠지고 이소영, 오지영, 이나연, 김해란이 합류했다. 김연경은 “많이 지친 건 사실이었지만 밝은 에너지를 가진 선수들이 들어와 분위기가 좋았다”라며 긍정적인 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은 시작부터 삐끗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은 태국에 또 한 번 패배했기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등 강팀과 한 팀에 편성돼 ‘죽음의 조’라고 불렸기에 태국전 승리가 간절한 한국이었다.

세계선수권 첫 경기에서 태국에 패하면서 한국의 2차 조별예선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6개 팀 중 4개 팀만 2차 조별예선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승부를 걸어볼 팀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와 태국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바람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소영이 제대로 경기를 뛰어보기도 전에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든든히 중앙을 지키던 양효진도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있던 발목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대회를 끝마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주전 선수들의 부담이 가중됐고, 결국 44년 만에 세계선수권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안고 돌아와야만 했다.

10월 5일, 한국으로 돌아온 김연경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5월 중국 닝보에서 VNL 1주차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와 정반대였다. 공항에 마중 나온 팬들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취재진 앞에 선 김연경은 “VNL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려고 욕심을 부렸던 게 가장 아쉽다. 가장 중요한 대회에 집중했더라면 부상 없이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가대표 에이스를 맡고 있는 김연경. 이제는 국가대표로 우리 앞에 설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김연경은 “2년 동안 잘 준비해서 도쿄까지 좋은 기량과 컨디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다짐으로 2018년 국제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10월 11일, 새 소속팀 엑자시바시로 떠나는 김연경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다시 만났다. 김연경은 공항에서 새 소속팀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한국여자배구의 앞날에 대한 걱정을 남긴 채 떠났다. “내년 국제대회가 가장 중요하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진출권을 따지 못하면 그 후는 없다. 반드시 올림픽에 진출해야 한다.”

 

 

글/ 이현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국제배구연맹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11-15   이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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