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벨기에와 경기에서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손흥민(오른쪽)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스포츠서울닷컴 | 심재희 기자] 기적은 없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홍명보호가 벨기에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다득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무턱대고 서두르지 않았다. 벨기에의 빠른 역습을 대비해 수비와 중원을 탄탄히 하면서 신중하게 득점 기회를 노렸다. 김신욱의 제공권 장악으로 상대 수비진의 힘을 뺐고, 측면과 중앙을 고루 오가며 공격의 짜임새를 높여 나갔다. 홍명보호는 전반 막판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상대 미드필더 스테벤 드푸르의 퇴장으로 수적인 우위를 점했다.
후반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상대 진영까지 잘 전진했지만 슈팅 이전의 패스가 부정확했고, 슈팅 역시 전혀 위력이 없었다. 이근호, 김보경, 지동원을 투입해 반전을 꾀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골 결정력' 부족에 힘이 빠져갔고, 결국 후반 33분 얀 베르통헨에게 골을 내주며 주저앉았다.
한국은 27일(한국 시각) 벨기에를 맞아 선전했다. 경기 내용도 기록적으로는 상당히 좋았다. 볼 점유율에서 56-44로 크게 앞섰고, 패스 성공률도 85%를 기록하며 79%의 벨기에보다 우위를 점했다. 기본적으로 공을 더 많이 소유했고 패스도 정확하게 연결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골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슈팅에 취약했다. 16개의 슈팅을 상대 골문을 향해 때렸지만 4개만이 골문 안으로 날아갔다. 골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였으나 정확하고 침착한 마무리로 이어지지 않으며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후반 밀리는 상황에서 빠른 역습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중거리 슈팅에 이은 리바운드 슈팅으로 결승골을 잡아낸 벨기에와 매우 대조적이었다.
'내용은 이겼지만 결과에서 졌다.' 한국 축구가 중요한 경기를 마치면 나오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이 말은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무성의한 변명일 뿐이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득점을 하기 위한 집중력과 실점을 막기 위한 조직력 모두 경기력에 포함된다. 승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골'을 만들지 못했다면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벨기에전도 낙제점을 받은 홍명보호다. 기성용이 전반 중반에 때린 시원한 중거리 슈팅만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공격의 마무리가 엉망이었다. 모든 수비를 다 뚫어내도 슈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투지를 발휘해 열심히 뛰었지만 문전 앞에서 세밀하고 정확하지 못한 마무리에 발목을 잡혔다.
타이밍을 놓치고, 너무 힘이 들어가 부정확하고, 제대로 맞지 않아 약하고, 상대 수비에 걸리고, 우리 선수들끼리 겹치고. 이번 대회 내내 한국의 공격이 보여준 모습이다. 질 높은 슈팅이 골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한국 축구가 이 말을 반드시 새겨야 한다. 슈팅은 마지막 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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