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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한국 축구, 아시안컵 우승 목표로 다시 뛰자
기사입력 : 2014.06.27 (금) 07:18 | 최종수정 : 2014.06.27 (금) 07:31 | 댓글 0
 [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한국 축구, 아시안컵 우승 목표로 다시 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벨기에에 0-1로 져 H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스포츠서울닷컴DB

한국은 27일 새벽(한국 시각)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0-1로 져 1무 2패, 조 꼴찌가 되면서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4년 뒤 러시아 대회에서 다시 한번 원정 대회 8강을 겨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월드컵 출전 48년 만에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대회 이후 한국은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원정 대회 첫 승,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원정 대회 첫 1라운드 통과(16강) 등 착실하게 한 단계씩 발전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목표는 원정 대회 8강이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4년 뒤 이뤄야 할 목표보다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1960년 이후 감감무소식인 아시안컵(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이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아시아 무대에서는 썩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1970년 방콕 대회에서 버마(오늘날의 미얀마), 1978년 방콕 대회에서 북한과 공동 우승했고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비로서 단독으로 정상에 오른 뒤 30년 가까이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컵은 한술 더 떠서 1956년 제 1회 홍콩 대회, 1960년 제 2회 한국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뒤 반세기가 넘도록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 일본(4회)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상 3회)이 통산 우승 횟수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아시아의 맹주라는 말이 무색한 결과다. 진정한 아시아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월드컵 성적보다 아시안컵 우승이 먼저 이뤄야 할 과제다.

내년 1월 9일부터 31일까지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 5개 도시에서 열리는 제 16회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호주, 오만, 쿠웨이트와 A조에 들었다.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이상 B조), 이란(C조), 일본(D조) 등 아시아에서 축구깨나 한다는 나라들이 모두 출전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이 어수선한 나라 사정에도 2014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챌린지컵(아시안컵의 2부 리그격) 우승국 자격으로 출전해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1950년 6월 25일~1953년 7월 27일)이 끝나고 불과 3년 뒤, 한반도가 황폐화된 1956년 열린 제 1회 아시안컵에서 선배 축구인들은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을까. 그해 9월 1일부터 5일까지 홍콩 가번먼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에는 그 무렵 ‘아시아의 황금 다리’로 불린 최정민을 비롯해 대표팀 골키퍼 계보의 2세대인 함흥철과 차태성, 손명섭, 김지성, 우상권, 성낙운, 박경호 등이 출전했다. 박경호 선생을 빼고 대부분 작고했으니 올드 팬이 아니면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들이다.

제 1회 대회에서는 개최 협회인 홍콩 외에 아시아를 동부와 중부, 서부 등 3개 지역으로 나눠 예선을 치렀다. 1차 예선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한국은 동부 지역 2차 예선에서 필리핀을 2-0(마닐라 2월 25일), 3-0(서울 4월 21일)으로 물리쳤다. 이어 자유중국(오늘날의 대만)과 최종 예선에서 맞붙어 8월 26일 서울 홈 경기에서는 2-0 으로 이기고 9월 2일 타이페이에서 원정 경기를 갖게 됐다. 그런데 원정 비용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고 결국 외상으로 비행기를 타는,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해외 토픽감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협회 재정이 워낙 빈약해 당시 국적기인 KNA를 외상으로 타는 촌극이 펼쳐진 것이다. 비행기 값은 예선이 끝난 뒤 자유중국과 친선경기를 치러 그 수입금으로 갚기로 했다.

한국은 2차전에서 자유중국을 2-1로 누르고 본선에 올랐는데 비 때문에 친선경기는 취소됐다. KNA가 오기를 기다려(당시 유일한 국제 노선인 김포~타이페이~홍콩 노선은 주 1회 운항됐다) 9월 6일, 경기 당일 새벽 가까스로 홍콩에 도착했다. 나중에 갚긴 하지만 이 비행편도 외상이었다.

경기 당일 도착한데다 낮 경기였다. 게다가 상대는 홈그라운드의 홍콩이었다. 선수들의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전반 10분 탕이킷에게, 전반 39분 코초킁에게 잇따라 골을 내줬다. “첫 경기는 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모든 선수들의 머릿속에 어른거릴 때 하늘이 도왔는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빗줄기에 선수들은 기운을 되찾았고 전반이 끝나기 직전 김지성이 만회 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17분 최광석이 끝내 동점골을 넣었다. 극적인 무승부였다.

첫 고비를 넘긴 한국은 9월 8일 2차전에서 우상권과 성낙운의 연속 골에 힙입어 강호 이스엘을 2-1로 잡았다. 이스라엘은 그때 AFC 가맹국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9월 15일 한국은 월남(통일 전 남베트남)과 8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성낙원 우상권(2골) 최정민(2골)의 릴레이 골로 5-3으로 이겨 2승1패를 기록한 이스라엘을 따돌리고 아시안컵 초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 대회 2년 전인 스위스 월드컵에는 외상으로 선수단복을 입고 출전했다. 이후 한국은 어렵고 힘든 시절을 딛고 일어서 이번 브라질 대회까지 8회 연속, 통산 9회 월드컵 출전 기록을 세웠다.

7개월 뒤인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면 2017년 컨페더레이션컵(러시아) 출전권을 손에 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앞서 세계 축구 흐름을 체감할 수 있다. 한국 축구, 아시아 무대부터 평정하자. 그리고 다시 월드컵에 나서자.

스포츠서울닷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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