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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Si월드컵 프리즘] 응원문화 논란! '켈트 십자가'는 안 되고, '욱일기'는 된다?
기사입력 : 2014.06.25 (수) 14:00 | 댓글 0
 [SSi월드컵 프리즘] 응원문화 논란! '켈트 십자가'는 안 되고, '욱일기'는 된다?
지난 20일 일본과 그리스전에서 욱일승천기 페인팅을 한 일본 관중(위)과 러시아의 켈트 십자가 문양. / SBS 중계화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스포츠서울닷컴ㅣ박상혁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때아닌 응원 논란에 일어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스포츠 통신사 'R-스포르트'는 지난 19일(이하 한국 시각) "FIFA(국제축구연맹)가 러시아 대표팀에 '승점 삭감'의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당시 브라질 현지 응원에 나선 러시아 축구팬들이 관중석에서 켈트 십자가가 그려진 걸개를 내걸었던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켈트 십자가'는 십자가에 원이 둘러쳐진 모양으로 로마 가톨릭 뿐 아니라 동방정교, 이교집단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나치 정권의 산물이다. 이에 FIFA는 켈트 십자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러시아전 응원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

그러나 만약 FIFA가 징계를 확정해 러시아의 승점 삭감이 내려진다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아진다. 조별리그 1무1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으로서는 결과론적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FIFA가 '켈트 십자가'는 제재를 가하면서 욱일기(전범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아 씁쓸함이 남는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 제국의 군기로 쓰였다. 따라서 과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욱일기는 일본의 침략 전쟁과 그 과정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를 미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사용이 금지된 이 욱일기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 기간에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나갔다는 데 있다. 지난 20일 일본과 그리스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이 열린 나타우 에스타디오 다스두 나스에서 전반 30분쯤 경기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췄고, 이때 얼굴 전체에 욱일기 페인팅을 한 일본 관중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페이스 페인팅을 한 관중 외에도 전범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는 관중도 포착됐다. 지난 15일 코트디부아르전 이후 또 한 차례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저 얼굴은 대체 뭔가요"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배성재 SBS 아나운서 역시 "전범기를 얼굴에 그리는 취미는 뭘까요? 티켓 값이 아깝습니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욱일기에 대한 이해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FIFA 역시 어떠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FIFA는 축구장에서 나치를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한 선수에 대해 영구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는데, 아시아 지역에서 욱일기는 나치 문양과 다름없다. 나치 문양은 제재를 가하고, 욱일기는 몰라서 넘어간다는 것은 '지구촌 축제'라는 월드컵의 기본에 어긋나는 처사다.

FIFA가 지금까지 욱일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몰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욱일기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지식을 가지고 경기장 내에서 게시 및 응원을 막아야 한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축제의 장 월드컵이 과거 전범들의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는 무대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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