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를 이끄는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 /스포츠서울닷컴DB |
[스포츠서울닷컴ㅣ오경희 기자] 지난 23일(이하 한국 시각) 한국의 새벽은 뜨겁고도 씁쓸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홍명보호'는 지난 러시아와 1차전의 무승부로 16강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이날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만난 알제리는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한국은 이날 새벽 4시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2차전 알제리와 경기에서 2-4로 졌다.
경기 초반부터 약점을 파고든 알제리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 들어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이 연속 골을 넣으며 추격했지만 알제리는 1골을 더해 완벽한 승리를 챙겼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무 1패를 기록하며 H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16강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고, '홍명보호'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도 새까맣다.
'대한민국호'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이에 못지않다. '역사관 논란'에 휩싸이며 '자진 사퇴' 압박을 받아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결국 링 위에서 내려왔다. 지명 14일 만이다. 첫 기자출신 총리 후보로 등장은 뜨거웠으나 그의 퇴장은 씁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랜 고민 끝에 고른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잇단 총리 인선 실패로 국정 공백의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지난 4월 27일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무려 석 달여가 흘렀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에 따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론과 함께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대개조'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정권 초 '인사 참사'를 빚을 때도 제기됐다.
일부 인사전문가들은 철저한 인사 검증을 위해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활용했던 중앙인사위원회와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정부는 청와대 자체의 인력이나 정보 등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시스템 인사'를 운영했다.
알제리전 대패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홍명보 감독은 "오늘의 패배는 전체적으로 내 실수"라며 "지난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크게 나쁘지 않은 모습이라 흐름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초반 3실점이 경기의 결과를 갈랐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홍 감독의 박주영 중용에 대한 이른바 '의리 선발'도 구설수에 올랐다.
반면 문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게 전부다. 총리 후보자 인선 및 검증작업을 책임진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은 야당의 지적과는 달리 청와대내에서는 별말이 없었다. 박 대통령의 '의리 보호'인가라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비판진영에서는 나왔다.
후보자 지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께 인사 실패에 따른 혼란에 대한 사과는 해야 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책임은 저에게 있다."
세월호 참사 후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국민 앞에 한 말이다. 이날의 무거운 책임을 가슴 깊이 새기고, 국민을 위해 일할 제대로된 '책임 총리'를 하루빨리 세우는 게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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