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지난 18일 청사 별관으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문 후보자. /임영무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ㅣ오경희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했다. 지명 14일 만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개조 뜻에 공감했으나 지명 이후 더 많은 갈등을 빚어 오늘(24일)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후보직을 내려놨다.
지명 이후 문 후보자는 과거 칼럼 및 발언에 대한 논란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파문이 커지자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결국 물러났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지명 후 그간 제기된 논란과 그의 해명을 짚어봤다.
◆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 vs "종교적 인식"
문 후보자가 총리로 지명된 이튿날(11일) 과거 강연에서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1~2012년 사이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의 온누리교회에서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은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 "제주도 4·3 폭동사태라는 게 있는데 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 반란을 일으켰어요"라고도 했다.
문 후보자의 강연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식민 사관'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런데도 그는 강경했다. 12일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나"라고 답하는가 하면 강연 내용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일 기자회견에선 "'(2011년 교회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강연은 일반 역사 인식이 아니라 역사의 종교적 인식"이라며 "전체 강연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함께 늘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의 강연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4일 사퇴 회견에서도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면서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저서 '옥중서신'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 저는 신앙 고백을 하면 안되고 김 전 대통령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그는 한 교회 강연에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해 '식민 사관 논란'이 불거졌다.
◆ "위안부 문제 일본 사과받을 필요 없어" vs "반인륜적 범죄"
'뜨거운 감자'는 '위안부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발언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들의 분노를 샀다. 할머니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목숨 걸고 총리 임명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는 회견에서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위안부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이라며 "발언으로 상처 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 "노무현 서거,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해" vs "유족께 죄송"
야권과 국민정부 및 참여정부 출신 의원들은 문 후보자의 보수 우익 성향을 문제 삼았다. 언론인 출신의 문 후보자가 기자 시절 쓴 칼럼을 보면 복지 확대, 햇볕정책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는 등 이념 좌표상 강경 보수 성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야권 인사들의 공분을 산 칼럼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내용이다. 문 후보자가 2009년 8월에 쓴 칼럼 '마지막 남은 일'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직전 발표된 글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을 언급했다. 또 2009년 5월 '공인의 죽음'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는 "유족과 국민께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해 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이면서 국가 원로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공인의 행동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군 복무기관 절반 대학원 다녀" vs "승인 받아"
한 매체는 16일 "문 후보자가 해군 장교 복무 기간 36개월 가운데 절반가량을 무보직 상태로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며 보냈다"고 보도했다. 총리실 측은 "당시 사실상의 무보직 상태로 해군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 대학원에 다녔다"고 밝혔다.
병역 특혜 의혹을 제기한 매체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군 기록상 1972년 7월부터 1975년 7월까지 해군 장교로 복무했다. 그러나 서울대 대학원에는 1974년부터 1975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닌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군 복무 기간 3년 가운데 절반을 대학원에서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참모 총장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1974년 당시 해군 사상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예인정 침몰' 사건이 일어난 때라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그해 2월 경상남도 통영 앞바다에서 발생한 예인정 침몰 사건은 평시에 일어난 해난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해군 사상 가장 큰 참사로 기록돼 있다. 당시 해군 109명과 해양경찰 50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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