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宮合).' 사전적으로는 남녀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이다. 성격·성향 등 궁합이 잘 맞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상극이면 남남으로 갈라선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궁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당 지도부 간, 대척점에 섰다 때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여야 대표 간 등의 호흡에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닷컴>은 '여의도 궁합' 기획 시리즈를 다룬다.
김관진(오른쪽) 신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어떤 궁합으로 '안보 라인'을 이끌어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1년 5월 6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한 김 실장과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한 내정자. /서울신문 제공 |
[스포츠서울닷컴ㅣ고수정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고성 22사단 GOP에서 총기 난사를 일으킨 뒤 도주한 임 모 병장이 사건 발생 43시간 만인 23일 오후 자살시도 끝에 군 당국에 검거됐다. 임 병장은 전우들에게 수류탄 1발과 실탄 10여발을 발사해 5명을 사살하고 9명을 부상케 했다.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며 주변 주민들은 물론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 모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이를 총지휘한 사령관은 김관진(65) 국가안보실장이다. 국방부 장관은 현재 사실상 공석으로, 김 실장이 후임 국방부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겸직한다. 한민구(63)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아 대기 중이다.
총기 난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5월 19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의 경계초소(503GP) 생활관에서 김 모 일병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8명을 숨지게 한 사건과 2011년 7월 4일 인천 강화도 해병대 해안 소초 생활관에서 김 모 상병이 K-2 소총을 난사해 4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다.
이번 사건은 군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공식적으로 구성될 '안보라인'이 궁합을 맞춰 방지 대책 등의 '안보 합작품'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북기조 비슷…대북 군사 전략·정책 유지 예상
지난 1일 임명된 김관진(왼쪽)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모두 '강성'의 대북 기조를 갖고 있다. /스포츠서울닷컴 DB, 서울신문 제공 |
지난 1일 임명된 김 실장과 한 내정자는 모두 '강성'의 대북 기조를 보인다.
김 실장은 2010년 12월 4일 국방부 장관 취임 이후 지난 3년 6개월 동안의 장관 재임 기간 중 '도발 원점 타격' '지휘세력까지 타격' 등 북한이 도발하면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겠다는 대북 강경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2011년 1월 1일 신년사 형식의 장관서신 제1호에서는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은 김 실장에 대해 '특등 호전광' '괴뢰패당 우두머리' '첫 벌초 대상'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쓰면서 그를 비난해왔고, 그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박근혜(대통령)는 극악무도한 대결 광신자를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지명한 것으로 하여 초래되는 모든 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년 전에는 김 실장을 살해하기 위한 북한 암살조의 국내 잠입설까지 나돌았고, 심지어 북한군은 김 실장의 얼굴 사진을 사격 표지판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국방부 장관이자, 강경한 대북 기조론자이다.
한 내정자는 김 실장과는 대조적으로 온화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강경한 대북태세를 취하고 있어 한 내정자가 국방부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당장 대북 군사 전략 및 국방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내정자는 합참의장 재임 시절인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 작성을 사실상 주도했다. 이 계획은 북한의 국지도발 시 미군의 전력까지 가세해 도발을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인선 발표날 한 매체와 통화에서 김 실장의 '북한 도발 시 원점 타격론'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만들어진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이라든지 우리 군의 자체 대응지침에 의해 즉각적인 원점타격 개념이 나온 것"이라며 "그런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1년 간 업무 파트너…'찰떡궁합' 호흡 보일 듯
김관진(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둘째 줄 가운데)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2월부터 약 1년 간 국방부 장관(김 실장)과 합동참모본부의장(한 내정자)로 손발을 맞춰본 사이다. 2010년 10월 29일 국방부 새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군 수뇌부인 김 실장과 한 내정자 등과 함께 국방부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신문 제공 |
두 사람이 비슷한 기조를 갖고 있어 '찰떡궁합'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2월부터 국방부 장관(김 실장)과 합동참모본부의장(한 내정자)으로 1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본 사이다. 이에 따라 업무 연속성이나 소통 측면에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지난 3년 6개월 동안 국방부 장관으로 일해 외교·안보·통일 분야 등 한반도 안보 정세에 풍부한 경험과 내공을 쌓아왔고, 한 내정자는 군내 주요 보직을 거치고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까지 지내는 등 정책과 전략기획에 정통하다는 평이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재미로 본 실제 두 사람의 '이름 동료 궁합'도 '쇠'와 '쇠'의 만남으로 같은 기운을 지니고 있어 서로의 장단점과 성격을 잘 파악하고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것이라고 나왔다. 외면적 기운의 영향으로 대부분 오랜 기간을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지만, 서로를 잘 알기에 가끔 말다툼이나 사소한 시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내공'은 물론 '궁합'을 봤을 때도 환상의 호흡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내정자는 지난 1일 한 매체와 통화에서 "김 실장과는 장관과 합참의장으로 주요 안보 현안을 조율해온 만큼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일 대북 공조 균열 방지 등 과제 '수두룩'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조만간 공식적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 21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GOP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계기로 군을 개혁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3일 'GOP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키고 무장탈영한 임 모 병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고성군 마차진리 현장 앞에서 현장을 주시하고 있는 저격수들. /서울신문 제공 |
'안보라인'에 놓인 과제는 수두룩하다. 우선 지난 21일 발생한 'GOP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군 당국이 초동대응을 부실하게 했고, 병영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등 군 내부관리 시스템이 적지않게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실장이 오랜 기간 국방 체제를 컨트롤 해 군 개혁이 정체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이번 사건을 대대적인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외적으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 강행과 맞물려 연내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최근 북한과 납북자 전면 재조사에 따른 독자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합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미일 대북 공조에 다소 균열이 우려되고 있다.
또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강행 위협이 고조되고 있고, 중국과 일본 간의 영토 분쟁 격화, 일본의 우경화 정책 노골화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주변국들 간 외교적 이슈가 다양해졌다.
조만간 발족할 예정인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의 조직 및 구성, 업무범위 등을 비롯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할 다양한 정책 입안 및 시행에도 두 사람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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